영-니버스

 영권 유니버스(줄여서 영-니버스)는 현실과는 분리되어 있는 평행세계를 말하며, 이 평행세계를 '초원'이라고 말한다. '초원'생태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다른듯 닮아있다. 목이 짧아 개체 존속에 위기를 느끼고 있는 기린은 마치 현실에서 고된 생활 속에서 대(代)를 이어가길 포기한 우리의 삶을 보는 듯 하다. 작가 영권은 이 평행세계 안에서 평행세계의 삶을 그려내는 디지털 아티스트이다. 따라서 작가 영권의 작품은 대부분 디지털화 된 데이터로 저장되어 있다.

 데이터로 구성된 작품은 현실세계에서 관찰이 되거나 아주 낮은 확률로 가끔 출현되는데, 그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창(Window)'을 통해 보는 것. 모니터나 TV화면은 초원의 일부를 볼 수 있는 창과 같다. 현실의 사람들은 이 창을 통해 초원 속을 잠깐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고터 전광판에 나타난 기린이 되겠다. 여기서 조금 더 진보한 형태가 VR을 통해 초원을 체험 하는 것인데, VR고글같은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다. 이는 현실의 사람들이 초원이 궁금하여 특수한 장비를 통해 평행세계를 체험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창(Window)'를 통해 보는 것과 큰 차이는 없지만, 조금 더 초원을 실감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초원과 교감하는 것. 창이나 VR장비를 통해 초원을 바라보기만 할 뿐 평행세계에서 마주한 어떤 대상과 상호작용 하지는 못하는데, 관찰자와 초원 사이의 유대감이 높으면 초원 속 대상이 관찰자의 행동이나 움직임에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세 번째, 정말 아주 가끔 현실세계와 초원이 연결되는 짧은 순간이 있으며, 그 순간 초원에 존재하던 작가 영권의 작품이 현실로 출현된다. 종종 현실세계에서 창을 통하지 않고 작품을 보기 위해 사진이나 프린트를 통해 작품을 현상하기도 하는데, 이는 엄연하게 말하면, 출현이랑은 다르다. 출현된 대상은 디지털로 되어 있지 않은 현실세계의 유일한 존재이다. 작가는 디지털로 구성된 자신의 작품이 무한한 복제를 통해 세계를 돌아다니길 원하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이 초원이 아닌 현실세계로 출현되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초원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환경은 초원 속 삶을 나타내는데, 이를 지켜보고 있으면 가끔 초원의 삶이 현실세계에서 관람자의 삶과 비슷하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 동질감을 느끼는 정도가 클 수록 '링크(LINK)'되었다고 한다.

 초원에서 현재 등장한 대표적인 크리쳐는 '목이 짧은 기린'이다. 초원의 변화를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으며, 어쩌면 다음 세대를 잇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해서 그를 극복하기가 쉬운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대상은 '토마토'이다. 기린이 해결해야만 하는 일, 업무, 삶의 굴레, 삶의 무게 같은 것으로 주로 표현된다. 하지만, 첫 번째로 현실세계에 출현한 <기린과 토마토>를 보면 기린들이 토마토가 커진 것을 좋아하는 모습으로 보아 '보상'의 의미도 있는 듯하다. 토마토는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긍정적인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보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초원의 일부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그것이 바로 <Phylogenetic Lightning>이다. 제목과 번개 모양으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이는 계통수와 닮았다. 또한 작품 아래 '번개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라는 문구를 써 넣었다. 결국 초원의 번개처럼, 어떠한 종(Speices)은 분열하여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며 환경에 적응한다는 희망적 이야기를 전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