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마시멜로 < 한여름 밤의 마시멜로 >   2021. 12.

만화 속 주인공이 구운 마시멜로를 아주 맛있게 먹더라.
어릴 땐 그게 얼마나 맛있어 보이는지 그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입에 침이 고였다.
아쉽게도 우리 동네에 하나뿐인 마트엔 마시멜로를 팔지 않았다.
그래서 마시멜로를 먹어보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뿐더러, 실제로는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어느덧 취직을 해야하는 시기가 왔고, 힘든 시간 속에서 방황했다.
공채가 없어서 취직을 하고 싶어도 지원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공채라는게 마치 마시멜로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러다 또 금세 잊고 여느 때처럼 지냈다.
원하는 곳은 아닐지라도 결국 나는 취직을 했고,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런 날이 있다. 유독 힘들고 지치는 날이.
오늘이 그 하루였다. 꽤나 힘에 부치는 날이었다.
문득 어린시절 그렇게도 먹어보고 싶던 마시멜로 생각이 났다.
지금은 얼마든지 구할수도 살 수도 있다.
그렇게 퇴근길에 마시멜로를 사왔다.
불에 살짝 구워도 봤다.

음...

생각만큼 맛있지가 않다.
남은 마시멜로도 먹지 않을 것 같다.
허망하다.
이게 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하던 것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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